홍채인식 모듈 2000억 수출하는 벤처기업

입력 2016-11-23 05:07 수정 2016-11-29 13:24

지면 지면정보

2016-11-23A19면

아이리시스, 터키사와 계약

도어록에 홍채 모듈 탑재…눈 갖다대면 문 바로 열려
내년 60만개 납품 계약

홍채인증 USB 개발로 시작…ATM·도어록 시장까지 진출

한승은 아이리시스 대표가 홍채인식 모듈을 내장한 USB 휴대용 저장장치 ‘락킷’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우상 기자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약 2000억원 규모의 홍채인식 모듈을 터키에 수출한다. 이 홍채인식 모듈은 가정용 도어록에 쓰일 예정이다. 홍채인식은 사람마다 다른 홍채의 주름, 모양 등을 인식해 본인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비밀번호, 패턴, 지문인식에 이어 최고 수준의 생체 보안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일부 적용되긴 했지만 도어록에 이처럼 대규모로 쓰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 갖다대면 0.1초 만에 문 열려”

한승은 아이리시스 대표는 22일 “세계 도어록 3위 기업인 터키 K사와 최근 홍채인식 모듈 공급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내년 약 60만개, 약 40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최대 2000억원어치를 납품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공급 시기와 물량, 금액 등은 다음달 협상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50년 설립된 이 터키 회사는 연 매출 약 10조원을 거두는 터키 내 10위권 대기업이다. 아이리시스로부터 공급받은 홍채인식 모듈을 현관문 안에서 방문자를 확인할 때 보는 ‘눈구멍’에 넣을 예정이다. 아이리시스의 홍채인식 모듈엔 적외선 카메라가 있어 눈을 가까이 하면 0.1초 만에 사람을 인식한다. 문 바깥에서 홍채로 본인 인증을 마치면 곧바로 잠금장치가 풀리는 구조다.

홍채는 같을 확률이 약 10억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안성이 높다. 생체인식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지문과 달리 땀이나 이물질에 따른 오작동 가능성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안경을 쓰고 있거나 주위가 캄캄해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게 아이리시스의 설명이다.
비접촉 방식이어서 전염되기 쉬운 바이러스성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눈만 가까이 하면 되기 때문에 양손에 짐이 있을 때도 유용하다. 한 대표는 “삼성전자,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국제인증표준(FIDO)을 충족하면서 현관문에 장착할 만큼 작은 홍채인식 모듈은 우리가 처음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내 ATM에도 모듈 적용

한 대표는 ‘휴대 가능한 홍채인증 기기를 만들면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에 2012년 창업했다. 이듬해인 201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홍채인증 기술을 이전받아 본격 제품 개발에 나섰다.

작년 9월 내놓은 USB 휴대용 저장장치 ‘락킷’이 첫 상용화 제품이다. 막대형 저장장치에 홍채인식 모듈을 달았다. 홍채인증을 해야만 내용물을 볼 수 있게 했다. 미국 아마존 등 보안에 민감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락킷을 사갔다. 제품 출시 1년 만에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올 8월에는 이란의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업체와도 22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관계를 맺은 게 계기였다. 기존 비밀번호 방식을 홍채인식으로 대체했다. 다음달 400개를 시작으로 이란 내 1만5000여대 ATM에 아이리시스의 홍채인식 모듈이 들어갈 예정이다. 한 대표는 “태양빛이 강한 이란에서도 잘 작동해 파키스탄 등 이란 주변 국가와도 제품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리시스는 매출의 약 80%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인도의 델리공대와 산학협력 연구소를 현지에 설립하고 보안 기술을 높이는 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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