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설 썼다"…청와대 강력 반발

입력 2016-11-20 18:28 수정 2016-11-21 03:32

지면 지면정보

2016-11-21A6면

TV로 검찰 발표 본 박 대통령

수사결과 발표 뒤 짧게 "유감"
야당 탄핵 움직임 본격화에 긴장
22일 국무회의 주재도 불투명
청와대는 20일 검찰의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는 소설같은 얘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대통령) 변호인이 입장을 밝힐 것”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청와대의 깊은 침묵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퇴진 요구에 거듭 선을 긋고 차관 및 대사 인사를 단행하는 등 국정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야당에 영수회담과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수용하라는 압박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되고 야당의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정복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청와대는 그동안 야권의 탄핵 목소리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나아가 탄핵안의 국회 가결 여부 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잠룡 6명이 국회와 야3당에 탄핵을 공식 요청했다. 탄핵절차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추천 총리에 내치(內治)의 상당한 권한을 이양하고 박 대통령 자신은 외교·국방을 챙기며 임기를 마친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야권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다. 우리로서는 정치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만으로 대통령 탄핵 요건이 되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며 “정치권이 탄핵논의에 착수할 수 있지만 요건상 성립이 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제의한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과 과도내각 구성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제시해놓았다”며 “야3당이 서둘러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TV를 통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핵심 참모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한 참모는 “검찰이 대통령을 조사하지도 않고 공동정범으로 몰아넣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참모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밤늦게까지 대응책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복귀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향후 국정수습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상황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게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무회의 주재도 불투명해졌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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