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파업 53일째를 맞은 코레일 사태가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정치권이 개입해 코레일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인 조정식 국회 교통위원장과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 16일 코레일의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을 내년 1월에서 2월로 한 달 늦추고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해 노사 합의를 도출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노조가 이에 “국회의 중재안을 존중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공은 이제 사측으로 넘어간 셈이 됐다.
코레일의 장기 파업이 문제인 건 사실이다. 연일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노조도 끝낼 명분이 필요한 상태다. 수도권 전철과 새마을·무궁화, 화물열차는 평시 대비 82.7%만 운행하고 있고, 작은 사고도 끊이질 않아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운송차질로 인한 피해액도 685억원(14일 기준)을 넘어 계속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정치권이 개입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특히 성과연봉제 시행을 두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정치권의 훈수는 공공부문에 또 다른 노사갈등을 불러올 악수(惡手)다.

정치권이 대형 파업에 개입하는 것은 오랜 버릇이다. 2013년 12월 말에도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20여일간 계속된 철도 파업이 김무성, 박기춘 등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철도발전소위를 구성키로 합의하면서 끝난 적이 있다. 외견상 파업 사태를 막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동안의 노사협상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시민의 불편을 초래해가면서까지 노사가 의견대립을 보였다면 결국 노사 양측이 끝장을 봐야 했다. 이번에도 정치권은 파업 중단의 공을 자신들에게 돌릴 심산이다. 국회에 과연 그런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이제까지 파업차질에 따른 손실은 어떻게 메워줄 것인지 묻고 싶다. 참 무책임한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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