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비 온 다음 날 아침, 길에 떨어진 붉은 잎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주인 없는 벤치만이 이 빛나는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 푸르름을 잃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다. 찬바람이 불면 잎들은 남아 있는 열정을 모두 모아 붉게 물들어 간다. 그리고 가을비에 땅으로 내려앉아 꽃보다 화사하게 세상을 수놓는다.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가장 보기 좋을 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잎들을 밟고, 줍고, 던지며 깊어가는 가을을 즐길 수 있다. 사람도 낙엽과 같다. 언젠가는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곱게 물들 수 있다.

글·사진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