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봉의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에게 바치며 그의 부림까지 당하는 것인가요? - 욱리자

입력 2016-11-11 16:18 수정 2016-11-11 16:18

지면 지면정보

2016-11-14S22면

▶ 『욱리자(郁離子)』「술사(術使)」에는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초나라에 원숭이를 길러 생활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를 ‘저공’이라고 불렀다. 저공은 아침마다 원숭이들을 몇 무리로 나눈 후, 늙은 원숭이에게 산으로 이끌고 가서 초목의 열매를 따오게 했다. 그리고는 따온 열매 중 10분의 1을 거두어 갔다. 간혹 열매를 바치지 않으면 채찍으로 때렸다. 원숭이들은 모두 이를 두려워하고 괴롭게 여겼으나 감히 어기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원숭이가 뭇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산의 과일나무는 저공이 심은 것인가요?” 원숭이들이 대답했다. “아니지. 저절로 자란 것이지.” “저공이 아니면 따서 먹을 수 없는 것인가요?” “아니지. 누구나 따서 먹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에게 바치며 그의 부림까지 당하는 것인가요?” 말이 끝나기 전에, 뭇 원숭이들은 모두 깨달았다. 그날 밤 원숭이들은 저공의 열매를 갖고 숲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저공은 굶어 죽었다.

가끔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임을 당한다. 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원래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속는지도 모른다. 위 이야기에 나온 원숭이처럼 깨우치기만 하면 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합리적인 의심이 꼭 필요하다.

▶ 한마디 속 한자 - 彼(피) 저, 그

▷ 於此彼(어차피):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또는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든지.

▷ 彼此一般(피차일반): 두 편이 서로 같음.

송내고 교사 hmhyu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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