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우리 엄마 통장 속에는 까치가 산다 - 안현미(1972~ )

입력 2016-11-06 18:12 수정 2016-11-07 03:46

지면 지면정보

2016-11-07A2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우리 엄마 통장 속에는 까치가 산다 - 안현미(1972~ )

귀퉁이가 닳고 닳은 통장
지출된 숫자 같은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 없어도
우리 엄마 통장 속에는 까치가 산다
고향집 감나무 꼭대기
까치밥같이 붉은 도장밥 먹으며
우리 엄마 통장 속에는 까치가 산다

상처도 밥이고
가난도 밥이고
눈물도 밥이고
아픔도 열리면
아픔도 열매란다, 얘야

까치발을 딛고, 나 엄마를 따 먹는다
내 몸속에는 까치밥처럼 눈물겨운 엄마가 산다


이 세상에서 상처와 가난과 눈물을 밥처럼 먹고 우리는 성숙한 개체로 자라나겠지요. 살아가는 동안 겪는 아픔은 열매가 될 것임을 자식에게 깨닫게 해주면서, 엄마는 까치밥이 되었네요. 자식은 그런 엄마를 까치가 되어 먹고 살아가는 것인데. 오랜 삶처럼 닳고 닳은 통장에 찍힌 엄마의 붉은 이름을 들여다보면 무조건 아낌없이 내어주는 엄마의 헌신적 사랑이 묻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족 공간 안에 사랑의 주체로 있는 엄마의 이름이 지고한 높이에 닿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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