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vs 서울·부산시 '소방헬기 갈등'…왜?

입력 2016-11-06 19:11 수정 2016-11-07 01:58

지면 지면정보

2016-11-07A13면

KAI "항속거리 조건 지나쳐…이탈리아 AW, 군수 이어 민수 독식"

지자체 "수리온, 민수 개조 땐 12가지 비행 제한…안전 우선"
서울시와 부산시가 소방헬기 구매 입찰에서 국산 헬기 ‘수리온’(사진) 참여를 배제하면서 이탈리아 방산그룹 핀메카니카그룹의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 헬기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리온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입찰 자격도 주지 않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일 소방헬기 구매를 위한 2차 입찰에 AW만 단독으로 참여함에 따라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시켰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역시 8일 2차 입찰에 AW만 들어올 예정이어서 유찰시킬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두 차례 유찰에 따라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AW 헬기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조원대 국내 해상작전헬기 시장을 독식한 핀메카니카는 민수 헬기 시장도 접수할 전망이다.

소방헬기 구매 입찰에 KAI가 참여하지 못한 것은 까다로운 입찰 자격 조건 때문이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이륙 후 연료를 전부 쓸 때까지 비행가능거리(항속거리)가 800㎞ 이상일 것”을 요구했다. KAI의 수리온은 항속거리가 760㎞다. KAI 측은 800㎞라는 조건이 국민안전처의 중앙119구조본부 헬기 항속거리(600~700㎞)나 미국 도시 소방본부 헬기 항속거리(LA 460㎞, 샌디에이고 430㎞, 호놀룰루 605㎞ 등)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 1월~2016년 10월) 전국 구조헬기 출동건수(1182건) 대부분은 비행거리가 30㎞ 내외였다. 최대 비행거리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270㎞였고, 200㎞가 넘는 사례는 15번뿐이었다. 장정숙 의원은 “두 지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긴 항속거리를 입찰 자격으로 내건 것은 특정 업체를 염두에 뒀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부산시가 ‘국토교통부의 표준증명’과 ‘카테고리A인증(2개 엔진 중 하나 고장 시 비행능력)’을 입찰 자격으로 요구한 것도 KAI에는 ‘아킬레스건’이다. 이 조건은 AW 등 민수 헬기만 통과할 수 있다. 기존 군수 헬기를 민수로 개조하려는 KAI는 국토부의 특별 증명을 받아 통과하려고 했지만 이마저 두 지자체에 거부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군수 헬기를 개조해 사용하면 12가지 비행 제한이 따른다”며 “국산을 외면하려는 게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엄격한 조건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리온의 입찰 예상 가격은 250억원으로 AW보다 100억원가량 저렴하다”며 “KAI 요구대로 입찰 문턱을 낮추면 KAI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또 다른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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