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등법원 "브렉시트 의회 표결 거쳐야"

입력 2016-11-04 06:06 수정 2016-11-04 06:06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계획에 상당기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내년 3월말 이전까지 EU 탈퇴 절차를 개시하려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계획을 고등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존 토머스 잉글랜드·웨일스 수석판사를 재판장으로 하는 고등법원 재판부는 3일(현지시간) "정부는 '왕실 특권'(royal prerogative) 아래서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 측에 탈퇴 의사를) 통보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 주장은 '유럽연합법 1972' 규정과 의회 주권의 근본적인 헌법적 원칙들에 반한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투자회사 대표인 지나 밀러 등 원고들은 정부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할 권한이 없다면서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50조 발동은 지난 1972년 EU에 가입하면서 제정된 '유럽연합법 1972'에 의해 부여된 시민들의 권리들을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내년 3월말 이전에 50조를 발동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50조를 발동해 회원국이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2년간 회원국과 나머지 EU 회원국들은 탈퇴 협상을 벌이게 된다.

BBC 방송은 대법원에서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브렉시트 협상 일정이 "수개월"미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 결과가 의회에서 번복될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곧바로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영국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우려 완화에 1.22% 급등해 3주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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