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인들의 최대 화제는 ‘한·중 관계’다. 기업인은 주로 불만을 털어놓는다.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외교관들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양쪽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외교관의 태도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각계에서 제기되는 이런저런 우려를 얘기하면 항상 “그건 중국의 논리”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가령 “사드 배치로 북·중 대 한·미 구도가 다시 형성되면 한반도 통일에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봐도 “그건 중국의 논리”라고 응수한다. 중국이 하는 얘기는 무조건 틀렸다는 식이어서 토론은 중단되고 만다.
지난달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주중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한 의원이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대사관에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김장수 주중 대사는 “중국 정부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답변했다. 대중(對中) 외교의 최전선에 있는 김 대사가 고충을 토로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외교관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의원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정당한 것”이라면서도 “주중 대사가 공개석상에서 중국 정부를 그런 식으로 뭉개면 중국 정부에서 누가 김 대사를 만나주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은 “김 대사가 중국 정부에 기피인물이 된 건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주중 대사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한국 정부에서 중국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그래야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타개책도 찾을 수 있다. 작년 3월 김 대사가 부임했을 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꼿꼿장수’로 유명한 그가 친화력과 유연성이 필요한 외교관의 역할을 잘 수행할지 의구심이 제기됐다. 사드와 관련한 김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의 태도를 보면 당시의 의구심이 단순한 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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