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11)]

좌중화원 첨피요엽(坐中花園 瞻彼夭葉) 혜혜미색 운하내의(兮兮美色 云何來矣)

입력 2016-11-02 17:29 수정 2016-11-03 01:23

지면 지면정보

2016-11-03A33면

좌중화원 첨피요엽(坐中花園 瞻彼夭葉)
꽃밭에 앉아 꽃잎을 쳐다본다.

혜혜미색 운하내의(兮兮美色 云何來矣)
아름다운 색깔은 어디에서 왔을까?
언보(彦甫) 최한경(崔漢卿) 선비가 고향 처녀를 연모하며 지은 연작시 1절의 시작 부분이다. 자기 문집인 《반중일기(泮中日記)》에 실려 있다. 그는 이조참판과 강원도 관찰사 등을 지냈다. 공직에 있을 때도 바람기로 인해 파직과 복직 과정을 거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이 글은 1444년 벼슬길에 진출하기 전에 순수하고 풋풋하던 성균관 유생 시절의 작품이다. 2절은 ‘동산에 누워 멀리 하늘을 쳐다본다(臥彼東山 觀望其天). 맑고 푸른 빛깔은 어디에서 왔을까?(明兮靑兮 云何來矣)’라는 반복의 틀을 지켰다. 외우기 쉬운 것이 좋은 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32개의 글자 조합으로 미뤄 보건대 연시의 주인공인 박씨 낭자(朴小姐)는 꽃의 아름다움과 가을하늘의 맑음을 두루 갖춘 미인이었던 모양이다. 전체 내용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임에도 불구하고 시작 부분인 ‘꽃 그리고 하늘의 아름다운 색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의문을 통해 그의 사색 깊이 또한 만만찮음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할 능력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합쳐진 것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래도 한마디 보탤 수는 있다. 거기에는 시간적인 요소도 포함된다고. 찰나에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이라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가을 내내 어쩌다 만날 수 있는 귀한 풍광이다. 가을 국화의 아름다움도 한순간이며 젊음 역시 잠깐이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라지면 아쉽다. 그래서 반문한다. 어디로 갔을까? 의문은 또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대로 화두가 된다.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 980~1052) 선사는 최한경의 32자를 여덟 자로 졸여놓은 내공을 이미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종하래(雨從何來) 풍작하색(風作何色)’ 비는 어디에서 왔으며, 바람은 어떤 빛깔일까?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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