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자력 미래 보여준 빌 게이츠의 해법

입력 2016-10-28 17:37 수정 2016-10-29 04:36

지면 지면정보

2016-10-29A31면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대체에 역부족
방폐물 거의 없는 신기술 개발 추진
발상 전환해 안전한 원전 실현해야

조병옥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가적 현안인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에는 1만50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배출하는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방폐물이므로 오랜 기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발전소 인근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정부 입장을 듣고 싶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당장 원전을 폐쇄하고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든가, 사용후핵연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원전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다소 걱정스럽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분할 곳이 없으니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폐쇄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

한국은 전력의 31.2%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38.6%)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화석연료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 골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원자력을 당장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총 발전량의 4.5%에 불과하다.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7%로 늘리더라도 전력량의 30%에 달하는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국민경제와 밀접한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을 해볼 수 있다. 콜럼버스가 모양을 바꿔 달걀을 세운 것처럼 원자력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면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사회공헌가인 빌 게이츠는 문제해결을 위해 기존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힘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세계 에너지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빌 게이츠가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은 농축우라늄의 부산물인 감손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가동하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이 향상되며, 고준위방폐물 배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를 살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에서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가 중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세계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공장과 제품이 지능화하는 시대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오다 그 기간이 1900년대는 25년, 현재는 13개월로 단축됐다고 한다.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이 3일마다 2배씩 늘어난다고 한다. 지금처럼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획기적인 신재생에너지가 출현할 것이다. 또한 빌 게이츠가 추구하는 안전하고, 고준위방폐물이 거의 없는 새로운 원자력에너지도 개발될 것이다.

다만, 고준위방폐물은 이미 1만5000t이 발생해 원자력발전소에 쌓여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공론화, 관리정책 수립, 법제화, 기술개발 등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고준위방폐물 절차법과 부지확보를 적기에 추진하면서 방폐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찾는 빌 게이츠의 해법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조병옥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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