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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1775~1851)는 19세기 유럽에서 낭만적인 풍경화가로 큰 명성을 얻었다.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토머스 말튼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빛과 색의 연구에 몰두했다.

터너가 1835년쯤 완성한 이 그림은 1834년 10월16일 발생한 영국 국회의사당 화재사건을 사실적으로 잡아낸 수작이다. 화염에 휩싸인 국회의사당을 템스강의 배에서 목격한 그는 곧바로 스케치했고 몇 달 뒤에 유화로 재구성했다. 오른쪽 측면에 다리가 보이고, 뒤쪽으로 강물에 반사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국회의사당의 화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응시하면 강렬하지만 불분명한 색채의 혼합처럼 다가온다.

터너의 이 작품은 처음으로 역사적 사건을 예술로 승화한 동시에 20세기 추상화 탄생의 초석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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