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재테크 공식]

저무는 채권 전성시대…"고금리 신흥국 채권만 살아남을 것"

입력 2016-10-18 15:49 수정 2016-10-18 15:49

지면 지면정보

2016-10-19B3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임박

서유럽 등 선진국 자금 이탈 거세
브라질 10년물 금리 11%대
중국·인도네시아·인도 등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 활용해 환차익 노릴 만
2012년 말 19조5000억원이던 국내외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올해 8월 말 45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3년여 만에 채권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7.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매년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 연계 자산의 수익률이 껑충 뛰어오른 영향이다. 주식형펀드들의 저조한 수익률 탓에 채권형펀드로 대피한 자금도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채권 전성시대’가 끝나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12월 중 금리를 올리면 주요국 기준금리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본 것이다.

저금리 수혜받았던 채권형펀드

채권은 기준금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투자상품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보유자들은 금리 인상폭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올라간다. 최근 5년여간의 저금리 시기에 채권가격이 강세를 띤 이유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채권형펀드의 5년 수익률은 18.51%, 해외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31.21%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7.83%에 그쳤다.

다만 올 들어 금리인상 압력이 강해지면서 채권 연계 상품들의 수익률은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해외 채권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47%지만 △6개월 3.78% △3개월 0.72% △1개월 0.14%로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국내 역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도 오름세다. 지난 7월 연 1.2% 안팎까지 떨어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1.3%대로 올라선 상태다. 국고채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얘기다.
박건엽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 이사는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진국 국채 역시 전반적으로 금리가 상승세기 때문에 투자매력이 낮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 유출입 동향 데이터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감지된다. 14일 기준 1주일 동안 세계적으로 채권형펀드에 26억2000만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전주의 92억7000만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유럽 지역에선 22억3000만달러가 빠져나가기까지 했다. 선진국 채권으론 돈을 벌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흥국·달러표시 채권은 유망

다만 신흥국채권은 여전히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지난 한 주 세계적으로 9억8000만달러가 유입되며 15주 연속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저금리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현재 브라질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1.24%에 달한다. 금리를 내리면 내렸지 올리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7.13%) 남아공(8.9%) 인도(6.83%) 멕시코(6.08%) 국채도 0.04%(독일)~1.74%(미국) 안팎인 선진국 국채보다 이율이 높다. 채권 금리가 소폭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자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세계적으로 풀려 있는 돈은 많은데 워낙 저금리 기조가 강해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며 “신흥국채권에 ‘고금리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주요 신흥국이 꾸준한 통화·조세개혁을 바탕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선 긍정적 요인이다. 신흥국 경제가 튼튼해져서 신용도가 오르면 채권 평가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라는 점도 신흥국 채권값에 보탬이 된다.

미국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투자자는 신흥국의 달러표시채권을 활용해볼 만하다. 신흥국 통화로 발행된 채권보다 이자율이 낮은 대신 달러화 강세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분펭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싱가포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저금리시대에 길게 보유할 만한 자산으로 한동안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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