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치열하게 질문하고 토론하자

입력 2016-10-12 18:02 수정 2016-10-13 01:54

지면 지면정보

2016-10-13A32면

서종대 < 한국감정원장 jjds60@kab.co.kr >
최근 노벨상 수상자 지명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왜 안 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밤 우연히 모 방송사에서 유대인들이 필독서인 탈무드(교훈서)와 토라(성서)를 공부하는 모습과 방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로 저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 거주지 중 우간다 농촌의 유대인학교와 예루살렘의 대형도서관, 그리고 뉴욕 맨해튼의 유대인학교에서 모두 비슷하게 하나의 주제를 놓고 두세 사람씩 짝을 지어 치열하게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공부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한국 기독교에서는 논쟁하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가르치는 ‘은총’이라는 주제를 놓고도 은총이 무엇인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지 등을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결론을 도출해나가는 식이었다. 바로 이 공부 방법 때문에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들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빠르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문제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재작년 어느 포럼에서 사회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인 교수에게 “한국인이 노벨상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한마디로 “질문과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답하는 것을 봤다. 선진국의 세미나에 가보면 질문과 토론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비싼 돈을 들여 세계적인 석학을 모셔놓고도 질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데다 발제자의 논지를 반박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무례하다거나 괜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런저런 쟁점마다 합리적인 질문과 토론 없이 매번 극단으로 격돌하는 모습이다. 국정감사를 보면 자기 주장만 일방적으로 늘어놓고 듣기는커녕 아예 답변조차 못 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치열하게 질문하고 토론하다 보면 오해와 의견차를 좁히고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 추진과정에서 예상되는 모든 문제점과 장애요인을 미리 파악해 대처할 수 있고, 토론 참여자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회피하고 오해와 불신을 키워 더 큰 분란과 손실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조리 있게 질문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종대 < 한국감정원장 jjds60@ka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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