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제조업 연구소 없는 제조업 강국 한국

수출입 품목만 들여다보기 급급
신산업 분야 발굴할 여력 없어

미국·독일선 맥킨지·BCG 등 민간 컨설팅 회사가 담당

국제마인드 갖춘 제조업연구소 필요
‘가발→섬유→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지금의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축은 이런 수출 효자 품목이었다. 과거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에서 자동차·철강·전자 등 중화학공업을 거쳐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저변을 넓히면서 신흥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 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엔 제조업 산업을 깊이 있게 다루는 ‘제조업 연구소’가 없다. 총리실 산하 산업연구원이 있지만 제조업 전(全) 분야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제조업 분야를 다루고 있는 연구소는 산업연구원 정도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관련 연구를 하기보다는 정부의 ‘산업정책 용역’을 수행하기 바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전 산업을 깊이 있게 다루기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산업연구원의 총 연구인력은 150여명이다. 이 중 제조업 분야를 다루는 ‘주력 산업실’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25명 남짓이다. 이 중에서도 박사급 인력은 15명이다. 나머지 인력은 산업정책과 통계 분석 등을 담당한다.

국내 유일의 제조업 전문 연구소인 산업연구원이 한국이 수출입하는 제조업 품목만 들여다보는 것도 문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고 노하우도 부족하다 보니 수출입 품목 중심으로 얼마나 수출하고 수입했는지만 따진다”며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차같이 새로 생겨나는 유망 분야까지 들여다보진 못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제조업 연구소의 역할을 민간 컨설팅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같은 민간 컨설팅 회사나 회계법인 등에서 주력 업종과 신산업을 분석하고 제조회사와 협력한다”며 “한국 컨설팅 회사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감각과 경영학적 마인드를 겸비한 제조업 연구소가 국내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제조산업을 깊이 있게 연구한 보고서를 내려면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산업정책과 주요 기업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산업연구원처럼 제품 수급 현황에 함몰되는 대신 글로벌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연구개발(R&D)하고 있고 제품 공정 서비스 비즈니스모델 조직 등 다섯 가지 부문에서 어떤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지 지켜보면서 한국 제조산업의 현실과 비교할 수 있는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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