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구속과 유죄 사이

입력 2016-10-11 18:44 수정 2016-10-12 14:17

지면 지면정보

2016-10-12A29면

법조 산책
“누구든 구속되면 향후 판결과 관계 없이 인생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만난 한 법원 부장판사의 말이다. 그는 “일례로 구속과 동시에 계좌가 동결되고 금융거래가 막혀 사업은커녕 공과금조차 낼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며 “유죄 판결을 받기도 전에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권을 제한하는 구속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함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경우에서 구속이 제한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한국은 피의자 구속 여부가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는 게 문제다.
검찰과 여론이 모두 그렇다. 한 변호사는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수사에 실패한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소환 당시 법조계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될 정도로 혐의가 중하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6일간의 내부 격론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사흘 후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해야 성공한 수사라는 검찰의 논리가 오히려 ‘무리한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기각 이후 2주가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 ‘신 회장 영장 재청구 카드’를 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불구속 기소로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수사팀을 중심으로 재청구 주장이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죄의 유무는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불구속 기소됐지만 실형을 사는 경우도 있다. 구속기소됐음에도 무죄가 선고되는 일도 많다. 물론 검찰은 신병을 확보해야 수사하기가 쉽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 여부에 ‘목숨’을 걸수록 여론도, 검찰의 관성도 고착화된다. 억울하게 구속돼 삶을 박탈당하는 피해자도 물론 늘어날 것이다.

박한신 법조팀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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