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해상서 충돌 후 도주
안전처 뒤늦게 공개…은폐 의혹
서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단속(사진)하던 해양경비안전본부 고속단정이 중국 어선의 ‘충돌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양경찰청 해체 이후 약해진 단속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경비본부와 국민안전처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넘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도 일고 있다.

9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소청도 해상에서 100t급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의 4.5t급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났다. 해경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40여척을 포착하고 고속단정 2척을 출동시켜 단속하던 중 벌어진 사고였다.

충돌 후 고속단정이 뒤집히면서 조모 단정장(50)이 바다에 빠졌으나 인근의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다. 중국 어선들이 해경의 다른 고속단정까지 위협하자 해경은 사고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철수했다. 어선을 이용한 충돌 공격으로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9일 주한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항의했다.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해양경찰청이 해체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흡수된 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대응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 중국 어선은 2013년 하루평균 92척에서 지난해 152척으로 3년 새 65% 늘었다. 같은 기간 해경이 붙잡은 중국 어선은 하루평균 40척에서 25척으로 38% 줄었다.

해양경비본부는 고속단정 침몰 사건 발생 31시간 만인 다음날 8일 오후 10시20분이 돼서야 언론에 당시 상황을 알렸다. 해경 내부에서는 안전처 윗선과 정부 당국 고위층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통제했다는 주장도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안전처 고위층에서 ‘절대 외부에 나가면 안 된다.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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