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베고니아 - 김용택(1948~ )

입력 2016-10-09 18:30 수정 2016-10-10 03:55

지면 지면정보

2016-10-10A2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베고니아 - 김용택(1948~ )

아파트 창틀을 넘어온 햇살이 좋았다.
햇살이 찾아오면 먼지들이 피어났다.
나 없이도 지들끼리
잘 놀다 가는 작은 뒷방,
베고니아를 키웠다. 새벽에 일어나
시를 쓰고, 쓴 시를 고쳐놓고 나갔다 와서
다시 고치고

베고니아, 아무도 못 본
그 외로움에
나는 물을 주었다.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中


요즘 소일하며 지낼 때 가장 따듯한 일은 창가에 의자를 옮겨놓고 앉아 햇볕을 쬐며 책을 읽거나 시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잠깐, 이사 왔을 때부터 키워온 벵갈 고무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기척에 눈길이 닿아 있곤 하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곁에 있는 존재의 외로움을 잠시 잊고 있을 때, 시인이 베고니아의 외로움에 물을 주듯 서둘러 물을 줍니다. 베고니아를 돌보듯 곁에 있는 사람도 시들지 않도록 그의 외로운 심사를 정성 들여 돌봐줘야 오래 피어 있겠습니다.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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