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저논란 왜

입력 2016-10-09 11:16 수정 2016-10-09 11:30
정권 말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 사저(私邸·개인 주택) 논란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처할 곳을 물색하라고 국가정보원에 지시했다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이라며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최규하 전 대통령까지는 원래 살던 집을 조금 고쳐 돌아갔기 때문에 사저 논란이 없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다. 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81년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을 개정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를 의무화했다.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은 818㎡(약 247평)다. 대지 310㎡(약 94평) 주택의 별채도 조성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자택을 임기 말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연희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자택은 376.8㎡(약 114평) 규모이며, 외환위기 중 약 20억원을 투입해 사저를 신축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 동교동 자택을 약 20억원 들여 신축해 퇴임 후 머물렀다. 동교동 사저의 총 규모는 588.4㎡(약 178평) 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당시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로 구성된 호화판 ‘아방궁’을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봉하마을에 4261.1㎡(약 1289평) 규모의 사저를 신축했다. 부지 매입과 공사비 등을 합쳐 약 12억원 가량 들었다. 한나라당은 규모가 크다는 점을 들어 “집값을 잡겠다던 대통령이 아방궁을 짓는다”고 비판했다. 사저와 그 주변을 합쳐 ‘노무현 타운’이 조성된다는 말이 나돌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서울 내곡동 사저 논란이 불거졌다.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의혹과 부동산실명제 위반, 편법 증여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 결국 내곡동 사저 계획은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원래 살던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전직 대통령 사저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호 시설을 추가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큰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 퇴임 뒤 보좌할 비서진의 업무 공간도 있어야 한다. 사저 신축 또는 보수 비용은 예산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따라 경호시설 건립은 국고에서 부담한다.

대지 484㎡(약 161평)에 건물 317㎡(약 105평) 규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인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는 경호동을 지을 만한 여유 부지가 없다. 경호동을 지으려면 주변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경호 건물 신축 예산은 약 68억원(올해 49억5000만원, 내년 18억1700만원)으로 잡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건설 비용(67억원)과 비슷하다. 경호 시설 예산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35억원, 김영삼 전 대통령 18억원, 김대중 전 대통령 19억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퇴임해 돌아갈 때는 경호원 등 식구가 많이 늘기 때문에 새로운 부지를 알아보거나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다”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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