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삼성전자에서 중국 반도체 업체로 옮겨 갔거나 옮기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모 전 부사장과 이모 전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사내 감사에서 개인 비리가 적발된 적이 있다.

삼성으로선 딜레마다.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회사에 그냥 둘 수는 없다. 회사 밖으로 내보내면 기술이 유출된다. 인력 유출 문제를 기업이 알아서 처리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첨단기술을 빼내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법이 있긴 하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법이 기술 유출 현장을 덮쳤을 때를 제외하곤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최 전 부사장은 대만에 컨설팅 회사를 세워 중국 반도체 회사들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술 유출 여부를 증명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법적으로 잘못을 증명할 수 없으면 해외로 직장을 옮기더라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업계 생각은 다르다.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20년 넘게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품목이다. 동시에 중국이 단기간 내 자급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중국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최대 산업을 빼앗으려 하는데 ‘직업 선택의 자유’만 내세우는 건 너무 한가한 생각”(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삼성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성장성도 큰 3차원(3D) 낸드플래시 전문가인 이 전무가 외국 경쟁사로 넘어갔을 경우 손실액은 수십조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반도체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분명히 세우고, 인력 유출 방지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반도체산업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기업 위주 사업에 인력이나 예산을 받기 어렵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의 토로다. 이미 중국 반도체 공장에선 삼성, SK하이닉스 출신 근로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 1등 산업의 기술이 줄줄이 새 나가는 문제가 방치돼 있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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