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뺀 브랜드'의 반란

입력 2016-10-03 21:01 수정 2016-10-03 21:01

지면 지면정보

2016-10-04A19면

이마트 PB 노브랜드 돌풍
출시 1년만에 전문점 열어
올 국내 매출 1000억 목표

'노네임' 캐나다 최대 브랜드
일본 '무인양품' 마트PB로 출발
전세계 700여개 독립 매장

이마트의 '노브랜드'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이마트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광고 문구다. 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정의하는 것. 상징적인 의미에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뜻에서 노브랜드에 이런 문구를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제품 본연의 기능을 제외한 모든 불필요한 것을 줄여 가격을 낮춘다는 것이 노브랜드의 콘셉트다. 노브랜드 물티슈에는 플라스틱 포장이 없다. 변기 커버에도 뚜껑이 없다. 제품 기능뿐만 아니라 브랜드 홍보에 드는 비용까지 최소화했다. 제품 상자 디자인은 단순하고, 스타 모델을 쓰는 광고도 하지 않는다.

◆상식 뒤엎은 ‘제네릭 브랜드’

노브랜드처럼 ‘이름을 지운’ 브랜드를 ‘제네릭 브랜드(GB)’라고 한다. 해외에선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다. GB 제품은 공통적으로 디자인이 간결하고 기능은 실용적이다. 비용을 줄인 만큼 제조업자 브랜드(NB) 제품보다 가격이 싸다. 캐나다의 노네임과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영문 브랜드명 MUJI)이 대표적이다.
1978년 캐나다 유통회사 로블로가 내놓은 노네임은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벤치마킹한 모델이다. ‘절약은 간단하다’는 문구를 내걸고 NB 제품보다 10~40% 싼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포장도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제품명을 간단히 찍어놓은 게 전부다. 버터 포장에는 ‘버터’, 섬유유연제 포장에는 ‘섬유유연제’라고만 해놓는 식이다. 노네임은 1980년대 중반부터 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됐다. 16개로 시작한 제품 종류는 현재 2900종류가 넘는다.

일본 ‘무인양품’(위)과 캐나다 ‘노네임’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 대형마트 세이유의 PB로 출발했다. 무인양품은 ‘인장(브랜드)이 없고 질 좋은 제품’이란 뜻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 무인양품 제품 31종에는 상품명 밑에 작은 글씨로 ‘이유있는 저가격’이라고 쓰여 있었다. 품질은 양보하지 않고 가격을 낮췄다는 뜻에서였다. 소비자 사이에서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무인양품은 1989년 세이유에서 독립했다. 지금은 미국 중국 한국 등 세계에 7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도 좋다’가 무인양품이 내세우는 브랜드 철학이다. 명품 브랜드는 아니지만 꽤 쓸 만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 제품에는 로고가 없고 매장에선 점원이 제품을 권유하지도 않는다. 제품 장점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직접 겪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무인양품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로 해외 공략

무인양품, 노네임 등의 GB가 인기를 끌면서 ‘GB의 역설’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브랜드를 지웠더니 되레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저마다 브랜드 경쟁력을 강조하는 국내시장에서도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4월 첫 출시 때 1억9000만원이던 노브랜드 월매출은 지난 8월 192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달 이마트는 용인 기흥에 노브랜드 제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노브랜드 스토어’를 열었다. 9월엔 당진과 하남에 각각 노브랜드 스토어 2호점과 3호점을 개점했다. 올해 노브랜드의 국내 매출은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는 해외에 나갈 때 노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베트남과 몽골 진출 때 노브랜드를 가지고 나갔다. 궁극적으론 노브랜드를 무인양품처럼 독자브랜드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