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골프·세미나 가던 홍보맨
김영란법 시행 후 '하루종일 집에'

"신랑까지 '삼시세끼' 챙겨야하나"
vs
"가족 여행 가자" 반기기도
“도대체 뭘 하며 지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루종일 TV를 보면서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차를 몰던 한 홍보담당 임원은 “이번 주말에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내내 집에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으니 어색했다”며 “저녁에 맥주 마실 친구가 없는지 휴대폰으로 검색까지 해봤다”고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집을 떠나 골프장, 워크숍, 세미나 등을 다니던 40, 50대 가장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수십년간 주말을 집 밖에서 보내던 가장들은 이번 주말이 ‘썰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공기업 부장은 “골프가 유일한 체육활동이자 취미활동이었는데 약속이 모두 취소되면서 마땅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테니스, 조깅 등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스포츠를 배워볼까 싶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들이 모인 카카오톡방에서는 ‘주말에 한잔 하자’는 사람들의 ‘번개’ 제안으로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가장에 대해 주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주말까지 신랑을 챙겨주기 귀찮다’는 의견도 있고 ‘가족 모임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공직자 남편을 둔 한 주부는 “주중에 아침, 저녁 챙기는 것도 일이었는데 이제는 주말까지 ‘삼시세끼’를 챙겨줘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부부가 교사인 한 여성은 “하루 내내 집에 같이 있다 보니 왜 이렇게 집이 지저분하냐는 식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다음 주말에는 동창 모임에 나가서 온종일 밖에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거나 그동안 못하던 레저활동을 준비하는 가정도 많았다. 호텔 주말 숙박권과 대형 콘도 예약률이 90~100%에 달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여름·겨울 휴가를 제외하곤 마땅히 쉴 시간이 없었다”며 “조만간 리조트를 예약해 가족끼리 다녀오자고 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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