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1' 제도 악용해 돈 빼돌려
유명극단 대표 등 22명 재판에 침체 공연산업 '엎친데 덮친격'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아무리 공연계가 어렵다지만 나랏돈을 빼돌렸다니 정말 충격입니다.”(모 극단 연출감독)

29일 오후 10시 연극·뮤지컬 등 공연으로 유명한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170여명이 동시 관람 가능한 한 연극 공연장에서 나온 관객은 25명에 불과했다. 다른 공연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형 뮤지컬의 유행과 공연산업 침체가 겹치면서 갈수록 외면받고 있는 대학로 공연가가 ‘엎친 데 덮친 격’ 위기를 맞았다. 이번엔 검찰발(發)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제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이날 국가보조금 5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유명 극단 대표 손모씨(42)를 구속기소하는 등 총 22명을 재판에 넘겼다. 3000만원 이하로 빼돌린 극단까지 더하면 연루된 곳만 30여개다.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은 지난해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운영한 사업이다. 티켓 한 장을 사면 한 장을 세금에서 지원하는 식이다. 총 300억원의 추경 예산이 쓰였다. 1인당 4장까지 구매 제한이 있었지만 극단들은 지인들로부터 아이디를 수백, 수천 개씩 받아 예매하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빼돌렸다.
구속된 손씨가 운영하는 M극단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손 대표는 초대권을 통해 관객이 자리를 채우기는 하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거 같다”고 말했다.

사업을 추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당황한 기색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800회에 걸쳐 모니터링을 해왔다”며 “보조금을 반환하지 않는 극단은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태도였다.

대학로 공연가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한 극단 관계자는 “배우 사이에서는 극단이 돈을 빼돌렸다는데 왜 우리의 어려운 여건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며 “같은 대학로에서 공연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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