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저력 대단…지금이 해외진출 호기"

입력 2016-09-28 18:23 수정 2016-09-29 01:42

지면 지면정보

2016-09-29A29면

세계적 출판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루이자 에르멜리노 부사장
“요즘은 출판사들이 심사숙고해서 좋은 책 한 권을 내기보다 다수의 책을 난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영상 매체에 밀려 책의 영향력이 작아지는 시대여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게 책의 질입니다. 출판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도서중개인 등을 대상으로 출판계 최신 뉴스를 전하는 세계적 권위의 출판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루이자 에르멜리노 부사장(사진)은 28일 “출판시장이 변환기를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 파주시 지혜의숲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1872년 창간한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다루는 서평은 연간 8000여개에 이른다. 올해 초에는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기 전에 이 작품을 ‘2016년 봄 기대되는 소설’로 꼽았다. 에르멜리노 부사장은 비평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출판도시문화재단이 26~27일 연 제11회 국제출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주 방한했다.
에르멜리노 부사장은 “출판시장 불황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디지털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등 혁신을 꾀하는 출판사가 더러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하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게 동력이 돼 출판사 전체를 이끌 수 있습니다. 최근 출판계의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도 여전히 이렇게 정공법을 구사한 곳이죠. 과거 어린이 책 시장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출판사들이 계속 좋은 콘텐츠를 공급한 결과 여전히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입니다.”

에르멜리노 부사장은 한국 문학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매년 말 ‘올해의 책’ 100권을 선정하는데 이 가운데 《채식주의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로 선정하는 ‘톱10’에 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가 호평받는 건 스토리 자체가 전에 없던 신선한 것이고 긴 여운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적기입니다. 《채식주의자》의 성공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의 문이 열린 데다 번역 지원을 하는 기관도 많이 생겼습니다. 한국 작가와 출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출판계의 ‘뜨거운 감자’인 도서정가제에 대해 그는 명확한 견해를 내놨다. 에르멜리노 부사장은 “도저정가제가 작은 서점이나 출판사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책을 덜 사는 것이 출판계 불황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형 서점의 중고책 시장 투자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에서 서점의 독자적인 경영 전략이므로 거기에 윤리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 사례를 보면 중고책 시장은 특정 소비동기를 가진 사람을 위한 틈새시장이기 때문에 출판업계에 큰 타격을 미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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