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사권 모두 위임

"교수 평가 양보다 질 강화"
연세대가 예산·인사권을 각 단과대에 위임하는 등 내부 개혁에 나선다. 각 단과대는 예산을 한꺼번에 받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교수 평가도 단과대가 직접 기준을 정해 파격적인 승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26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예산·인사 정책을 개별 단과대에 맡기기로 했다. 대학 기획실을 통해 지출 항목별로 지급하던 예산을 한꺼번에 각 단과대에 지급하는 ‘총액예산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단과대학들은 예산을 받은 뒤 자율적으로 쓰고 사용내역에 대한 감사만 받으면 된다. 예산 규모가 크고 자체 수입이 있는 공과대·경영대는 내년부터 ‘독립채산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학교와 재정을 분리해 별도로 운영비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홍대식 연세대 공대학장은 “지금은 대학 본부가 채용할 교수 인원을 정해주면 단과대는 심사만 했다”며 “앞으로 필요한 인원을 공대에서 직접 뽑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승진·재임용 등 인사평가도 단과대에서 자체 내규를 정해 개별적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대학 측은 논문 수보다 질적인 우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교수 업적을 평가하도록 단과대에 주문했다.

이호근 연세대 교무처장은 “지금까지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올렸느냐’ 등 양적인 평가를 주로 했다”며 “앞으로는 한 편의 논문을 써도 내용이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면 승진 때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경영대학장은 “논문 수 외에 자신의 논문이 해외 학자들에게 인용되는 수 등을 승진 기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대학 측은 올해 말까지 새로운 교수 업적평가 제도를 각 대학(학과)으로부터 제출받아 교무처와 협의를 거친 뒤 내년 2학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연세대가 이 같은 개혁안을 마련한 것은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다. 각 단과대 학장과 학과장들이 소신껏 예산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 필요한 곳에 예산이 가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논문 수 등 양적 평가에 비해 질적 수준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점도 배경이 됐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사진)은 올해 초 취임에 앞서 중앙집권식 경영 대신 단과대에 대폭 행정 권한을 넘기는 ‘미들 업다운(middle up-down)’ 정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 교무처장은 “각 학과의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학장들이 어떤 예산을 책정해도 허용할 것”이라며 “단과대별로 사용내역을 평가해 효율적으로 예산을 활용한 단과대는 다음 예산 배정 때 (성과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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