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 꿈 잃은 사무관들
“퇴직한 선배들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걸 보면 내 미래 모습 같아 암담합니다.”

세종시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A사무관은 올초 1급으로 퇴직한 선배 관료를 언급하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차관 이상 정무직은 실력 못지않게 ‘관운’도 따라야 하지만, 1급은 행정고시를 패스해 실력껏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다. 1급이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1급으로 퇴직한 선배는 6개월째 ‘사실상 실업자’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객원교수’라는 명함을 갖고 있지만, 연구 사무실도, 월급도 안 나오는 자리다. A사무관은 “예전엔 1급 정도 하다 그만두면 산하기관이나 기업에서 서로 모셔가려 했다는데 지금은 너무 먼 얘기”라며 “25년 이상 공직에서 전문성을 쌓아오며 국가를 위해 봉사한 선배들이 퇴직 후 돈벌이가 없어 약속도 못 잡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암울해진다”고 말했다.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공무원의 민간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퇴로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관피아 방지법 때문에 예전처럼 후배를 위해 ‘용퇴’하는 고위 공무원도 줄었다. B사무관은 “퇴로가 막히면서 내부에서 ‘정치’하는 선배들이 늘었다”며 “업무 성과에 상관없이 상사에게 잘 보인 사람들이 인사 평가도 높게 받아 젊은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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