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천재연구

입력 2016-09-18 17:35 수정 2016-09-19 02:01

지면 지면정보

2016-09-19A35면

천재는 만들어지나, 태어나나? 천재연구의 출발점이자 논쟁거리다. ‘99% 노력과 1% 영감으로 탄생한다’는 토머스 에디슨의 말대로라면 천재는 만들어진다. 반면 ‘천재 집안(가계)에서 천재가 나온다’는 19세기 영국의 천재연구자 프랜시스 골턴에게라면 유전적 요인이 결정적이다.

발명왕 에디슨의 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오로지 노력으로 큰 업적을 이뤘다는 성공담도 많다. 하지만 우생학을 파고든 유전학자 골턴의 전문연구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천재성과 광기를 같은 계열로 보면서 천재론에 일가견을 제시한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 체사레 롬바르조 같은 연구자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성격이나 기질처럼 두뇌도 날 때부터 천재라는 것이다.

네이처 최근호가 미국 대학의 수학천재들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1971년부터 어린이 5000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다. 연구결과를 한마디로 압축하기는 쉽지 않지만, 환경이나 훈련보다 어린 시절의 인지능력과 성취감이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학과 점수에 길들이지 말고 아이의 관심분야를 찾아줘라’는 대목은 상식적이지만 분명 그럴 것이라고 동의하게 된다.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이건희 삼성 회장)는 말도 있고, ‘20 대 80 사회’로 압축되는 파레토의 법칙도 있다. 탁월한 천재들이 세상을 바꾼 경우가 많다. 천재의 출현이 교육제도, 국가적 인재양성 프로그램, 인력개발과 관련된 사회 여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도 확실해 보인다. 유전적 요인이 크다 해도 천재가 능력을 발휘하려면 환경도 중요하다는 얘기가 되겠다. 비만DNA는 필시 정규분포를 그리겠지만 북한이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최빈국 같은 영양부족 사회에선 뚱보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천재의 출현을 자극하는 사회일까, 방해하는 사회일까. 갓난쟁이부터 획일화된 어린이집에 보낸 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그리고 평준화의 틀에 가둬 버린다. 수월성 교육은 배제된다. 학교 밖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군복무 기간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모나면 곤란하다. ‘여자의 일생’에 빗대 ‘남자의 일생’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세 살 때는 신동, 예닐곱 살 때는 천재, 초등생 때까지도 수재, 입시 한두 번 겪으면 범부, 사회 나오면 둔재’가 된다는 냉소다. 천재를 범부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원낭비다. 다양한 인적자원(HR: Human Resources) 개발 프로그램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천재의 탄생 논쟁은 거의 끝나가지만 그래도 1%의 가능성에 부모들은 목을 맨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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