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댁에 ‘경사’가 있었습니다. 이 장관 둘째 딸의 결혼입니다. 결혼식은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의 한 소형 웨딩홀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 장관이 극비리에 일을 추진했기 때문이죠. 교사였던 첫째 딸이 교단을 떠나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이 장관으로서는 첫번째 혼사입니다. 그럼에도 소리소문없이 치른 이유는 평소 이 장관의 스타일 때문인 듯 보입니다.

이 장관은 고용노동부 안팎에서 ‘장관같지 않은 장관’으로 유명합니다. 수더분한 외모에 사람들을 대할 때도 워낙에 격의 없이 하기 때문이죠.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시절에는 시험기간에 앞치마를 두르고 간식을 나눠주곤 해서 ‘떡볶이 총장’이라 불렸고, 2014년 이후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전국의 대학을 돌아다니면서는 학생들에게 개인 휴대전화가 찍힌 명함을 나눠주며 “언제든지 전화해라”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였기에 둘째 딸을 결혼시키려고 보니 밀려들 ‘인사치레’가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등 좋지않은 경제 상황도 감안했겠지요. 사실 기자가 결혼식 직후 이 소식을 전하려고 하자 이 장관은 “절대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제 열흘 넘게 지났으니 괜찮겠지요? ㅎㅎ
청첩장 한장 돌리지 않고 가족·친지들만 모였지만 하객은 적지 않았습니다. 9형제 중 일곱째인 이 장관의 가족만해도 수십명에 달하는 데다 고향인 전남 함평의 친지와 동창생들이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정보’를 입수해 식장을 찾은 하객도 있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수행진도 없이 깜짝 방문해 이 장관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이채필 전 고용부 장관과 ‘이웃사촌’인 나경원 국회의원, 노민기 전 노동부차관이 참석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등이 왔습니다.

고용부 공무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장관께서 국장급은 물론 차관에게도 참석하지 말라는 명과 함께 결혼식 자체에 대해서도 함구령을 내렸어요. 영(令)을 어기고 참석하는 사람은 각오하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아마 고용부 내에서도 혼사 자체를 모르는 직원이 대부분일 겁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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