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시진핑 '음수사원(飮水思源)' 왜 꺼냈나

입력 2016-09-05 18:55 수정 2016-09-06 04:15

지면 지면정보

2016-09-06A3면

뼈 있는 외교수사 논란

"항저우 임시정부·백범 김구, 중국 국민이 보호했다"
"은혜 잊지 말라는 의미, 박 대통령 압박…외교 결례"

< 음수사원(飮水思源) : 물을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한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첫 발언에서 인용한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고사성어가 외교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 주석은 “항저우는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30년대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3년 정도 활동했다”며 “그때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성에서 투쟁하셨고, 중국 국민이 김 선생님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일제 탄압이 심해지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청사를 옮길 당시 중국인들이 항저우 인근 하이옌(海鹽)에 김구 선생의 은신처를 마련해준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시 주석은 “김구 선생님 아들인 김신 장군님께서 1996년 항저우 저장성 옆에 있는 하이옌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음수사원이란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끝까지 간직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또 ‘음수사원 굴정지인(堀井之人)’이란 말과 함께 쓰이면서 우물을 판 사람의 고마움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도 있다.

시 주석이 한·중의 유서 깊은 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 음수사원을 인용했지만 ‘뼈 있는’ 외교수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에 시 주석이 음수사원이란 말을 인용한 건 ‘한국은 중국이 베푼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며 외교적으로 무례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임시정부가 이곳에서 활동한 것을 말했는데 이런 중국과의 소중한 인연과 중국이 독립투쟁을 잘 도와준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 또 그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 장군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5·16 쿠데타 때 군사혁명위원회,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공군 참모총장으로 예편한 뒤 주대만 대사, 교통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항저우=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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