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규모
과다부과로 불복소송 불러…적게 매기면 '솜방망이' 비판

엇갈린 평가
해외선 '선망의 대상'인데 국내선 '공공의 적' 몰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지난 26일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공정위의 고민 두 가지를 털어놨다. 첫 번째는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 규모에 대한 것이다. 공정위는 시장의 예상보다 과징금을 많이 부과하면 ‘과도한 과징금’이란 비판을, 적게 부과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을 받기 쉽다.

공정위 과징금은 검찰 역할을 하는 사무처가 담합, 시장지배력 남용 등 법 위반 혐의와 위반 정도에 따라 의견을 내면 1심 역할인 전원회의나 소회의가 가중·감경 사유 등을 고려해 최종 확정한다.

이날 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이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공정위가 지는 경우도 많은데, 왜 그리 많이 매기는 거냐”고 묻자 정 위원장은 “사무처 직원들이 피조사 기업과 유착했다는 의심을 받기 싫어 법정 최대한도의 과징금을 일단 부과하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감사기관이 문제 삼으면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일단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책정해놓고 전원회의나 소회의에 최종 판단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정 위원장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전원회의나 소회의가 과징금 고시의 가중·감경 사유에 따라 사무처가 낸 과징금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며 “사무처 의견과 전원회의의 최종 결정을 비교해 최종 과징금이 적으면 ‘깎아줬다’ ‘솜방망이다’고 비판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대한 해외와 국내의 상반된 평가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한 참석자가 “우리 공정거래 수준을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느냐”고 묻자 정 위원장은 영국 국제경쟁저널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의 평가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세계 경쟁법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GCR은 지난달 각국 공정경쟁당국 평가에서 한국 공정위에 미국 프랑스 독일과 함께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부여했다. 정 위원장은 “캐나다의 공정위원장이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강연을 요청할 정도”라며 “국내에서는 공정위가 ‘공공의 적’처럼 사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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