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규모 6.2 강진이 뒤흔든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방은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면 그대로 엽서 한 장이 될 만한 자연 풍광과 언덕마다 성당과 기념비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많은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곳이다.

아펜니노 산맥에 자리한 움브리아·라치오·레마르케주 마을들을 강타한 지진으로 문화유산이 심각하게 파손됐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지진 진앙으로 상당수 건축물이 무너진 움브리아주 노르차는 대표적인 기독교 성인인 성 베네딕토가 태어난 곳이다. 성 베네딕토 생가터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12세기 성당 건물이 파손됐다.

중세 요새에 위치한 박물관,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의 14세기 프레스코화, 오랜 세월 지진에 살아남아 마을 일부를 감싸고 있는 로마시대 성벽도 위험한 상황이다.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 조각이 가득한 성당 100여 곳이 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꼽으면 항상 순위에 드는 라치오주 아마트리체는 이번 지진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가 됐다.
1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 정면의 절반이 무너지면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미 무늬 창이 사라졌다. 16세기 종탑에 걸린 시계는 지진 발생 시각인 3시36분에 그대로 멈춰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대저택 팔라초들의 뜰은 지진 희생자들의 영안실로 바뀌었다.
레마르케주 페스카라 델 트론토의 유적 중심지에서는 무너져 내린 건물들 사이에 시계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2009년 아브루초주 라퀼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부가 붕괴, 파손돼 아직도 복구 중인 13세기 산타마리아 디 콜레마조 교회와 첼레스티노 5세 교황(1215∼1296년) 묘지 등 건축물이 이번 지진에 다시 피해를 봤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탈리아 중부가 집결된 문화유산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만큼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법률로 도시 현대화가 제한된 것이 이 지역 마을들을 잦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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