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글 지도데이터 반출 돌연 재심의 결정…왜?

입력 2016-08-24 20:32 수정 2016-08-25 05:04

지면 지면정보

2016-08-25A15면

통상마찰 피하려 미국 대선 이후로 결정 미뤘나

"안보·산업 영향 추가 협의…11월23일까지 허용여부 결정"

당초 '불허' 예상했으나 시한 하루 앞두고 '유보' 선회
미국 대선서 쟁점화 부담된 듯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이 24일 경기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해 60일간 추가 심의하기로 한 정부 협의체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의 국내 지도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해 24일 정부가 결정을 유보한 배경과 관련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제인 이번 정부 협의체 회의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다수 부처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불허’ 결론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결과는 ‘결정 유보’였다. 갑자기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외부 변수가 작용했으며, 이 외부 변수로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구글이 지난 6월 지도 데이터 반출을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뒤 유·무형의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8일에는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영상회의를 하고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보와 주권, 산업 발전 차원의 논의가 주를 이루던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가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비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앞서 USTR은 3월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16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지도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제한해 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서도 이런 정황을 암시하는 듯한 설명이 나왔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열린 기자단 브리핑에서 “6월1일 접수한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신청 민원은 당초 8월25일까지 그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오늘 열린 정부 협의체에서 지도 반출 시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공간정보산업에 가져올 파급 효과 등을 논의한 결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신청인인 구글 측과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을 추가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신청인 측에서도 정부 의견을 듣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브리핑 내용 중 ‘구글 측이 추가 협의를 요청했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안보뿐 아니라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즉 ‘구글 측 요청’이나 ‘산업 관련 추가 협의의 필요성’이 미 정부의 통상 압력 등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각 정부 부처가 어떤 입장을 나타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정부 내부적으로도 더욱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정부가 결정 시점을 늦췄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심의 기한인 11월23일이 미국 대선(11월8일) 이후라는 점을 보면 정부가 부담스러운 결정을 미 대선이 끝난 뒤로 미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정부가 안보 문제 등에 더 초점을 맞추는 한 결정 시점을 늦춰도 불허 결정이 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임원기/이호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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