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호 새 시집 '천사들의 나라' 출간
“체면을 지키려는 두 왕이 / 농사짓던 백성들을 군인으로 징발하고 / 넉넉지도 않은 식량을 긁어모아서 / 전쟁을 한다 / 용감하게 돌격하는 군대의 뒤엔 / 후퇴하면 목을 베는 왕의 친위대가 있다 / 어느 정도 시체가 쌓여서 / 분이 풀리면 / 승패와 관계없이 왕들은 궁으로 돌아가고 / 신하들은 위대한 업적을 기록한다 / 돌보지 않는 논밭엔 아녀자들만 울고 있다”(‘역사가 홀대받는 이유’ 중)
전윤호 시인(사진)이 새 시집 《천사들의 나라》(파란)를 내놓았다. 이번 시집에는 현실 참여적인 시가 여럿 실렸다. ‘역사가 홀대받는 이유’는 백성을 전쟁터로 내몰던 과거 왕에 빗대 불합리한 경제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표제작 ‘천사들의 나라’에선 “우리는 이제 걱정 없을 거다/ 삼백 명 아이들이 천국으로 가/ 천사가 되었으니/ 두고 온 나라를 보살펴 주겠지(후략)”라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혁명에 관한 명상’에선 혁명으로 무너지는 옛 체제를 썩은 어금니에 비유했다. “(전략)대신할 이빨을 찾으려면 / 몇 달 생활비를 바쳐야겠지만 / 늦으면 늦을수록 / 다른 이빨마저 위험해진단다”

소박한 삶의 모습도 담았다. 전 시인이 지금까지 낸 다섯 권의 시집에는 그의 고향(정선)이 빠짐없이 나온다. 이번 시집에서는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 가면 / 함백산 주목처럼 비틀어진 할머니들이 / 부침개를 파는 골목이 있지 / 가소로운 세월이 번들거리는 불판에 / 알량한 행운처럼 얇은 메밀전을 부치고(후략)’(‘메밀전병’ 중)라고 노래했다.

시집 앞부분에 “시는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 읽게 되면 끊기가 어렵습니다 / 우울증을 유발하는 자기 비하와 실연 / 되도 않는 반항 등이 포함되어 있어 / 중독되면 통제가 안 됩니다”라는 ‘경고문’을 넣은 게 인상적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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