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달러→4.6달러로

"제대로 이익 낼 정유사 없다"
정유업계 실적을 가늠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과 원유 도입단가 차이)이 연초 대비 ‘반 토막’ 났다. 정유업계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배럴당 평균 4.6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금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라며 “이 수준에선 제대로 이익을 낼 정유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올 1월만 해도 배럴당 평균 10.2달러에 달했다. 덕분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에서 공장 가동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빼면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알래스카의 여름이 끝났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추운 알래스카 지방에서 7~8월에 잠깐 나타나는 따뜻한 날씨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짧은 호황’을 지칭하기 위해 이 말을 언급하면서 업계에 회자됐다.

증권업계도 정유사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낮추는 추세다. 동부증권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5110억원으로 추정했다. 올 2분기 1조1200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유 부문과 달리 석유화학 부문이 호황을 지속하고 있어 실적 쇼크를 막아줄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보통 정유사 매출의 20~30%를 차지한다. 올 4분기에 국내외 주요 정유사의 정기 보수 일정이 잡혀 있는데, 이 때문에 원유 재고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남아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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