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8개 파이프오르간 선율에 빠진 객석

입력 2016-08-21 18:40 수정 2016-08-22 01:38

지면 지면정보

2016-08-22A30면

리뷰 -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시작과 동시에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19일 열린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사진)은 두 가지 면에서 기존 공연들과 달랐다. 개관 전 테스트 공연 때의 지나친 울림 현상이 확연히 줄어 안정감이 있었다. 클래식 전용홀 중에선 국내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오르간 덕분에 더 몽환적이고 웅장한 무대가 펼쳐졌다.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생긴 대규모 클래식 전용홀이다. 개관 전 테스트 공연 당시 긴 잔향이 문제로 지적됐다. ‘웅웅’ 울리는 느낌이 강해 음악이 공중에 뜨는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계속된 테스트로 한 달 사이에 잔향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느낄 수 있었다.

개관 공연에선 8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생상스의 ‘교향곡 3번 c단조’에 이어 현대 음악가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가 세계 처음으로 연주됐다.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은 안정적으로 음역대를 높여나가며 차분하고 묵직하게 이어졌다. 롯데콘서트홀 특유의 뛰어난 공간감까지 극대화됐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179명이 펼친 진은숙의 신작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 하모니는 콘서트홀을 우주처럼 감싸 안았다.

4958개 파이프에서 울리는 오르간 소리는 이 콘서트홀만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 관객들은 진은숙, 생상스의 곡을 통해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색다른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관객 박상영 씨(47)는 “해외 공연이나 클래식 영화에서나 보던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으니 신비롭고, 외국에 와 있는 느낌까지 든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프, 차임, 글로켄슈필 등의 악기가 대거 동원돼 소리는 더욱 반짝였다. 객석에선 기립 박수가 쏟아졌고, 진은숙은 열광적인 반응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개관 공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한광규 롯데콘서트홀 대표와 일부 임원들만이 참석해 차분하게 개관 공연을 지켜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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