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 캠프조직 전격 개편…'트럼프 색' 짙어져

입력 2016-08-18 06:11 수정 2016-08-18 06:11
막말논란으로 급격한 지지율 하락과 당내 반발에 직면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을 80여 일 앞두고 선거캠프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트럼프 측은 선거운동의 확장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선대본부장으로 있는 동안 트럼프의 선거운동이나 연설 스타일을 바꾸려던 폴 매너포트의 의도가 좌절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는 최고경영자(CEO)직을 신설하고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배넌을 캠프의 CEO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또 선거운동을 기업 운영의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트럼프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그동안 선거자문 역할을 도맡았던 여론조사 전문가 켈리앤 콘위에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선대본부장이던 폴 매너포트는 ‘회장 겸 수석전략가’직으로 변경됐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배넌과 콘웨이를 몇년 간 알고 지내 왔다”며 “그들은 매우 능력있는 사람들이고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트럼프가 지난 6월 최측근 중 한 명이자 당시 선대본부장이던 코리 루언다우스키를 전격적으로 경질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이뤄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무슬림 미군 전사자 가족에 대한 비하 발언 등으로 역풍을 맞고 전국단위 여론조사와 주요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계속 뒤처지면서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트럼프의 선거운동이나 연설 방식을 좀 더 ‘정치인답게’ 만들어서 공화당의 기존 정치세력과 트럼프와의 간격을 좁히려 했던 매너포트의 시도가 좌절된 데 따른 현상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측은 매너포트의 캠프 내 지위가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최근 매너포트가 우크라이나에서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에 제기된 데 따른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5일 NYT는 15일 매너포트가 친(親)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이끌던 정당에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270만 달러(140억 원)를 건네받은 증거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과거 루언다우스키가 주장하던 ‘트럼프는 트럼프답게’라는 구호가 당분간 선거운동의 기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분석가들은 배넌이 이끌던 브레이트바트뉴스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같이 기성 정치세력을 상징하는 인물들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왔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이번 조직개편으로 트럼프와 공화당 기성 정치세력 간의 파열음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최근 공화당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힐러리 지지 움직임에도 더욱 기름을 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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