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상유천당 하유소항

입력 2016-08-17 18:56 수정 2016-08-18 04:02

지면 지면정보

2016-08-18A37면

上有天堂 상유천당
下有蘇杭 하유소항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소주·항주가 있다
휴가는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기쁨과 함께 ‘언제 어디로 누구랑’이라는 숙제를 안긴다. 날짜는 회사나 조직이 정해준다. 남의 힘에 의해 문제1은 저절로 해결된다. 문제2부터 결정 과정이 좀 복잡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 비용과 구성원의 요구 등 모든 경우의 수가 입력되면 선택의 폭이 별로 넓지 않다. 그럼에도 나름 최적의 답을 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위해 이백(李伯·701~762) 시인이 말한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 별천지가 있는데 인간세상이 아니라 신선세계다)”이라고 하는 숨겨진 비경까지 수소문한다. 한자 문화권에서 살았던 선인들에게 기온이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하며 풍광이 아름답고 인심이 후한 저장성(浙江省)의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는 이상향이었다. 그 시절 힘 있는 권력자는 서울을 오래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베이징(北京)에서 쑤저우 항저우까지 운하를 팠다. 앉은 자리에서 휴가지 문화와 분위기가 징항(京杭)운하의 수천리 물길을 타고 올라왔다.

또 다른 유토피아는 윈난성(雲南省)의 샹그릴라(香格里拉)다. 본래 지명인 중톈(中甸)을 이름만 바꾸었다. 경제력에 별로 여유가 없는 오지의 유목민은 운하건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을 그대로 휴가지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했다. 티베트 지역에 전설처럼 전해오는 신비의 도시 샴발라(香色拉·shambahla)가 그 어원이다. 평화롭고 고요한 땅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자기 자리를 별천지 혹은 유토피아로 만든 ‘방콕 족’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여유롭게 방 한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중국여행지도를 훑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나름 휴식이 된다.

원철 <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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