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노후준비에 관심이 많고 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실제 노후를 준비하는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재무학자 리처드 탈러는 이런 생각과 행동의 모순을 ‘계획하는 자아(Planner)’와 ‘행동하는 자아(Doer)’의 충돌로 설명한다. 계획하는 자아는 미래의 소비를 위해 당장의 욕구를 통제하려고 하지만, 행동하는 자아는 유쾌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루고 당장 달콤한 소비를 하도록 우리를 유혹한다. 탈러는 이 둘 사이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자기통제(self-control)’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다.

자기통제는 장기적인 보상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감정, 행동, 욕망을 통제하고 단기적인 만족을 미루는 능력이다. 많은 사람이 의지나 노력이 부족해 노후준비를 잘 못한다고 호소하지만,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통제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욕구를 감소시키는 전략이다. 네 살짜리 아이를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을 참은 아이들은 훗날 더 높은 사회적 성취를 이뤘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눈을 가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유혹을 피했다. 일례로 봉급이 자신의 손안에 들어오기 전에 저축액을 떼어 다른 계좌로 이동시키는 것은 현재 소비를 회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다. 돈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때 쓰고 싶은 유혹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의지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노후 필요자금을 위해 지금부터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지 계산해보자. 장래의 목표가 구체적일 때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보가 너무 복잡하고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경우 쉽게 포기하기 쉬운데, 이런 때는 금융전문가를 통해 단순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올해 ‘한국인의 노후준비 수준’ 연구에 따르면 노후준비를 잘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의 정도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두 집단의 차이는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정보 탐색, 정기적인 저축과 같은 ‘실행’ 단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 이것이 은퇴를 준비하는 우리나라 국민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윤원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