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이 경기 진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쓰고 있지만 소비를 촉진한 게 아니라 되레 저축만 늘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독일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일본 등의 가계저축률이 현저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이 9.7%로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올해는 10.4%로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일본도 지난 1분기 가계의 현금 및 저축이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한경 사설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소위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이다.
물론 마이너스 금리라고는 해도 덴마크를 제외하면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물리는 것이지 가계·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화폐의 시간가치가 양(+)이 아니라 음(-)이 되면 경제주체들이 화폐 보유 대신 소비를 선호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개인들은 생전 본 적이 없는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오히려 미래 불확실성이나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쉽게 말해 오죽하면 그런 극약처방까지 동원하겠느냐는 불안감만 증폭시킨 셈이다.

본란에서 누차 지적했듯이 돈 풀어 경기를 살린다는 것은 환상이란 게 지난 8년 동안 제로금리의 교훈이다. 국가재정이 한계에 봉착하자 영혼 없는 발권력까지 동원해 돈을 뿌려대는 것은 화폐의 타락일 수도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 폴 크루그먼, 벤 버냉키 같은 1급 경제학자들조차 돈을 더 풀어야 경제가 산다고 목청을 돋운다. 이쯤 되면 경제학은 주술에 가깝다. 금리에는 사회적 기대수익률도 포함돼 있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 경제주체들의 미래 기대가 사라져 집단 무력증에 빠질 위험도 커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보여준 그대로다. 마이너스 금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은 “경제학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오늘의 경제학은 아무런 해법도 없다. 케인지언 포퓰리즘은 난무하고, 정통파들은 침묵한다. 경제학계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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