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발 상법개정안…재계 '초긴장']

경영권 흔들고 돈 챙겨 '먹튀'…투기자본에 칼 쥐여주는 법

입력 2016-08-10 18:51 수정 2016-08-11 03:40

지면 지면정보

2016-08-11A5면

상법개정안 '악몽' 재연 우려

SK·KT&G 등 분쟁 때도 '집중투표제' 앞세워 공격
경영권 보호 미흡한 상황서 외국계 자본 '먹잇감' 우려
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이 두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손쉽게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게 기업의 우려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과거 ‘SK 소버린 사태’와 같은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번에 야당이 상법 개정안에 담은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등은 과거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수단이 된 제도다.

2006년 미국계 투기자본인 칼 아이칸 펀드가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아이칸 측이 사외이사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집중투표제 덕분이었다. 아이칸 측은 우호세력을 포함한 지분이 35%로 40%인 회사 측에 뒤졌다. 하지만 투표에선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 자리를 확보했다.

리히텐슈타인 이사는 이사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경영에 적극 개입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확대 등 2조8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마스터플랜’도 이끌어냈다. 이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자 아이칸 측은 14개월 만에 150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2003~2004년 SK 소버린 사태 때도 집중투표제가 문제였다. 소버린 펀드는 SK(주) 주식 14.99%를 1768억원에 사들여 2대 주주가 된 뒤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 야당의 상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SK그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에서 SK(주) 주식을 1조원 넘게 사들였고 SK(주) 주가는 치솟았다. 소버린은 지분 14.99%를 7559억원에 팔았고 배당금과 환차익 등을 더해 2년 만에 9539억원을 벌고 나갔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여 합병 반대,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라는 무기까지 가졌다면 삼성그룹은 훨씬 더 큰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적대적 M&A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면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도 축소될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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