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에 부고 실린 한국인 과학자

입력 2016-08-10 04:12 수정 2016-08-10 04:12

지면 지면정보

2016-08-10A33면

‘젊은 혈관 면역학자, 정철호를 기억하며….’

9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는 고인이 된 한국인 과학자 정철호 캐나다 맥길대 교수의 이름이 실린 두 쪽짜리 부고 기사가 났다. 국제학술지에서 한국인 과학자의 부고 기사를 쓴 것은 이례적이다.

셀 메타볼리즘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2년 처음 실험실을 열었고, 면역학과 심혈관학을 연결하는 연구를 했다. 지난 4월 말 그는 논문이 셀 메타볼리즘 5월호에 게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정 교수가 연구책임자가 된 뒤 처음 낸 논문이어서다.

논문 내용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pDC)가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는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동맥경화는 고혈압과 심근경색 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면역세포 중에서도 주로 대식세포와 림프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 교수가 최초로 또 다른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가 동맥경화에 관여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논문의 내용은 지난 5월15일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이 나오기 전인 4월24일 정 교수는 집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과로가 원인이라는 것이 주변의 추정이다. 기사에서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표현을 볼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졸업하는 학생들의 심사를 논하기 위해, 혹은 연구비나 논문 작성을 위해 그가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던 터여서 더욱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197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2003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전자변형쥐에 대한 연구를 했던 그는 한 학회에서 수지상세포 연구자인 랠프 스타인먼 미국 록펠러대 교수(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를 만났고 수지상세포에 매료돼 미국으로 가 스타인먼 교수가 임종을 맞을 때까지 함께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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