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리우 인물]

여자 역도 53㎏급 동메달 '주부역사' 윤진희, 바벨 다시 들 수 있었던 힘은 '남편의 사랑'

입력 2016-08-08 18:06 수정 2016-08-08 19:54

지면 지면정보

2016-08-09A2면

은퇴 후 평범한 주부생활
남편 원정식 재활위해 복귀

중국선수 실격으로 행운
"하늘이 주신 메달"

역도가 싫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나니 의욕도 사라졌다.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윤진희(30·경상북도개발공사)는 은퇴를 선언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린 해였다. 그로부터 4년 뒤 윤진희는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역도 53㎏급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3위에 올랐다. 4위에 머물 줄 알았던 그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동메달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역기를 쥐여준 남편 원정식(26·고양시청)의 품에 안겨 울었다.

윤진희는 은퇴 후 역도 대표팀 후배 원정식과 결혼했다. 예쁜 두 딸 라임(4)과 라율(2)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편이 부상을 당한 것이 윤진희의 삶까지 바꿨다.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한 남편이 재활을 시작하며 아내에게 “우리 같이 하자”고 권유했다. 평소 아내의 재능을 아까워하던 그였다. 제안을 받아들인 윤진희는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시련은 끝날 줄 몰랐다. 지난해 현역으로 복귀한 윤진희에게 어깨 부상이 찾아왔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벨을 놓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으면 하되 끝까지 좀 더 힘을 내보고 결정하면 좋겠다”는 남편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부부 역사는 결국 ‘올림픽 동반 출전의 꿈’을 이뤄 함께 리우에 왔다.

이날 결승전이 열린 리우센트루 파빌리온2에 원정식이 찾아왔다. 그 역시 10일 남자 69㎏급 경기가 잡혀 있다. 아내의 “오지 말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경기장을 찾았다. 인상 부문 5위에 오른 윤진희는 용상 2차에서 110㎏을 들었고 3차에서 111㎏으로 기록을 늘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4위 기록이었다. 막판에 이변이 발생했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이 용상에서 1, 2, 3차 시기를 모두 놓쳤다. 1위 자리에 있던 리야쥔이 실격하면서 4위이던 윤진희가 3위 자리로 올라갔다.

결과를 확인한 원정식은 환호했다. 윤진희는 “하늘이 주신 동메달”이라며 “남편 덕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얻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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