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필 < 서울대 명예교수 >
서울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다. 서울은 2025년까지 세계 5위권 도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도로 함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의 인프라시설은 1962년 제1차 경제계획 5개년 계획 때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 때까지 빠른 속도로 구축됐다. 1980년대 말은 서울 인구가 1000만명을 넘던 시기였다. 심각해진 교통문제를 서울시는 돌관작업으로 해결했다. 정부는 거대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서울시를 강남 토지구획사업 시행자로 지정했다. 정부가 최초로 구획정리사업 공고를 한 것은 1968년 2월이다. 이때부터 서울시는 개별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완료될 때마다 해당 시설을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들로부터 인수받아 관리했다. 불행하게도 도시개발 주체인 개발사업 시행자들은 하수도시설을 새마을 도로의 부속시설 정도로 취급했다.

하수도시설이 이렇게 부실 시공되면서 2010년대 들어 대규모 도로 함몰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도로 함몰 사고 중 약 80%인 2806건이 하수도관 결함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로 1990년 이전 매설된 노후 하수관로는 약 5260㎞다. 이 중 서울 시민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하수관로는 424㎞, 일반보수 대상 관로는 1090㎞이며 이들을 정비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2조3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하수도예산은 하수도사업 특별회계로 편성돼 있다. 이 수입예산의 대부분은 하수도 사용료로 구성된다. 서울시가 징수하고 있는 하수도 사용료는 요금 현실화율이 67% 정도다. 사용료 인상 없는 하수시설의 선진화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서울시 역량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앙정부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하수도 분야의 국고 보조금은 환경개선특별예산으로 편성된다. 그러나 서울 시민도 분담하는 환경개선특별예산 지원 대상에서 서울시는 법정보조금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매년 하수도 관련 예산의 10%를 도쿄도에 지원하는 이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처럼 더 이상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서울시 인프라시설이 노후화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서울시의 단독 대응은 불가능하다. 고도 경제성장 부작용으로 발생한 대가는 중앙정부가 공동으로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장승필 < 서울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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