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 수사' 산업은행으로 확대

남상태·고재호 재임때 회장 맡아
지인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경영비리 일부 지시한 정황 포착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대우조선과 유착해 비리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지난 6월 초 대우조선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두 달여 만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일 강 전 회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강 전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P투자자문사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강 전 회장과 관련있는 회사로 대우조선과 거래한 대구 소재 중소 건설사 W사, 전남 고흥 소재 바이오업체 B사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3년 4월 산업은행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의 경영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의 직무와 관련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 전 회장과 두 전 사장이 결탁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강 전 회장은 남 전 사장의 재임 말기, 고 전 사장의 재임 초기에 회장직을 맡았다.

검찰은 두 전 사장 시절 벌어진 대우조선의 각종 경영비리 가운데 일부를 강 전 회장이 지시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W사는 두 전 사장 재임기간 중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수십억원대 하도급 계약을 맺은 정황이 포착됐다. W사 대표 강모씨는 강 전 회장과 동향(경남 합천)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사세를 확장한 바이오업체 B사는 대우조선이 2011~2014년 지분투자한 회사다. 강 전 회장 지인들이 주요 주주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업종 관련성이 없는 B사에 수십억원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들 회사가 취한 부당이득이 강 전 회장 측으로 흘러들어갔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압수한 물품을 분석하고 두 회사 관계자를 소환조사한 뒤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한 검찰이 옛 대우조선 경영진에 이어 강 전 회장 쪽으로 칼끝을 겨누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한 대주주로 두 전 사장의 회계사기와 경영비리에 침묵하거나 동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의 묵인이나 동조 없이는 이 같은 대규모 비리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강 전 회장 재임 전후 산업은행 회장을 맡은 민유성, 홍기택 전 회장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의 2대주주인 금융위원회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수사가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