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스타트업 톡톡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입사 10년만에 최고 자리 올라

나이 중시 않는 게 스타트업 문화
'나이로 찍어 누르면' 혁신 안나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 센터장으로 일한 1년7개월 동안 수천명의 스타트업계 사람과 만나 인사하고 교류하면서 문득 발견한 게 있다. 이들 중 누구도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벤처업계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대접해주지 않는다. 나이가 적다고 하대하는 것도 아니다. 틈만 나면 나이부터 따지려 드는 우리네 풍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창업계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간혹 창업 행사를 구경하려고 디캠프에 온 정부 산하기관 사람들이 슬그머니 나이를 물어오기도 한다.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재, 나이 좀 묻지 마세요!”

창업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판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나이로 위아래 따지기 시작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살아남기 어렵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식으로 찍어누르면 누가 자기 생각을 말하려 하겠는가. ‘스타트업 문화’를 배우고 싶다면 나이 따지는 버릇부터 바꿨으면 좋겠다.
해외 정보기술(IT)업계는 이미 나이를 상관하지 않은 지 오래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만 해도 그렇다. 1972년생 인도인인 그는 2004년 구글에 입사했고 10년 뒤인 2014년 42세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구글 CEO가 됐다. 나이도 더 많고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 한순간에 모두 부하직원이 됐다. 그래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긴커녕 ‘될 만한 사람이 CEO가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나이 든 사람이 나이를 따지지 않으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다. 나이가 들수록 나이를 따지면 손해다. 또래는 하나씩 멀어지고 아랫사람들은 자꾸 거리를 두려 하고, 놀아주는 이가 없다. 반면 나이를 따지지 않고 친구가 되면 하이테크에 친숙한 젊은이들에게 공짜로 배울 수 있다. 연륜을 활용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영화 ‘인턴’에 나오는 70세 비서 벤(로버트 드니로 분)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하는데, 찬물까지 위아래 따져야 한다면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유유서(長幼有序) 정신까지 버리자는 건 아니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서로 존중하는 게 맞다. 다만 혁신으로 국가 경쟁력이 판가름나는 지금은 나이 따지는 관행이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자꾸 나이를 따지면 ‘아재’고, 나이로 찍어누르면 ‘꼰대’다.

김광현 < 디캠프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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