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과 그들의 삶…42명 래퍼의 '힙합하다'

입력 2016-07-31 11:07 수정 2016-07-31 11:13
힙합 뮤지션 42人의 인터뷰 모음집
"흑인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면 경찰이 늘 저희 차를 세웠어요. 흑인 친구들이 저를 납치했냐고 경찰들이 물어보기도 했어요. 백인 친구들이랑 다닐 때는 그런 일이 절대 없었거든요." (2016년 6월5일 타이거JK)

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힙합에 빠져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다양하다. 타이거JK(서정권)는 미국에서 살던 학창시절 인종 차별을 경험한 뒤로 힙합에 눈을 떴다. 그는 N.W.A가 노래한 'Fuck Tha Police'(1988년)를 듣고 정말 놀랐고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바로 이거구나!, 경찰들이 저희를 불러 세웠을 때 느꼈던 감정들… 음악을 듣고 소름 돋은 게 처음이었다"고 술회한다.

한국 힙합의 전설이 된 가리온의 MC메타(이재현)는 1996년 PC통신 동호회 '블렉스'를 알게 되면서 힙합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됐다. 이듬해 주석과 함께 만든 '검은 소리'를 동호회 자료실로만 업로드 공개했는데, 이 곡은 사실 조PD보다 빠른 한국 최초의 MP3 발표 음원으로 기록됐다.
이런 기억들을 담아낸 책 <힙합하다(한국 힙합 그리고 삶)>은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삶과 음악을 진솔하게 접근한다. 이 책은 퍼블릭 에너미, 런DMC, 투팍 같은 미국 힙합 음악가를 주로 다룬 그간의 힙합 서적과 다르다. 한국 힙합을 이끌어 가는 대표주자들의 인터뷰를 일대기 식으로 생생하게 다룬 인물의 기록이다. 더콰이엇(신동갑) 산이(정산) 팔로알토(전상현) 딥플로우(류상구) 도끼(이준경) 등 현재 국내 힙합 씬에서 가장 뜨거운 MC들을 총망라했다.

저자 송명선은 힙합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자인 동시에 오랜 힙합 팬의 입장에서 인터뷰를 책의 행태로 다뤘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42명의 힙합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의 기억을 토대로 2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이 책은 한 권으로 기획했으나 42명의 역사를 모두 담기엔 공간이 부족해 분책하게 됐다"며 "한국 힙합의 역사와 흐름이 충분히 읽힐 수 있도록 배정했다"고 소개했다.

책은 빈지노(임성빈)에서 지코(우지호)까지 많은 아티스트가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해 알파벳순으로 뮤지션들을 정리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엠넷 채널의 <쇼미더머니>가 낳은 스타부터 다이나믹 듀오, 타블로, DJ 소울스케이프 등 유명 대중음악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힙합 가수가 된 사연과 삶, 음악 등을 폭넓게 다룬다.

<힙합하다>는 앞으로 힙합 뮤지션이나 래퍼가 되길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주는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 안나푸르나의 김영훈 대표는 "책은 단순히 힙합 음악을 소개하는 차원이 아닌, 책에 나온 이들이 왜 힙합 뮤지션이 됐는가에 대한 성장 기록"이라고 말했다.

송명선 지음|안나푸르나|304·312쪽|각권 1만8000원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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