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8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행사가 열린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는 행사 전부터 흥분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미 주요 정당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후보를 뽑는 역사적인 순간을 같이한다는 벅찬 감정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막상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수락연설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경선 경쟁자이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지지자들이 연설 중간중간 야유와 고함을 질렀다. 참석자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박수도 힘을 잃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수라장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클린턴 후보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고 박수와 환호도 커졌다. 57분간의 연설은 그렇게 안도의 한숨과 환호 속에 무사히 끝났다.
클린턴 캠프가 이날 안도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본선 경쟁 상대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이겼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퍽대학이 주(州) 지역민을 상대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조사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 지지율은 46%로, 트럼프(37%)를 9%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비록 주 단위 조사 결과지만, 최근 전국 단위로 이뤄진 3개 여론조사에서 내리 트럼프에게 역전당한 터라 기쁨이 남달랐을 것이란 평가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25일 시작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클린턴 후보를 밀고, 샌더스 의원을 의도적으로 견제했다는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나오는 연사마다 ‘단합’을 당부했지만 샌더스 의원을 통해 워싱턴과 월가를 개혁해보겠다던 핵심 지지층은 쉽게 승복하지 않았다.

대선은 28일 클린턴 후보의 수락 연설로 본선이라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역대 최고 비호감 주자들 간 최악의 네거티브(비방전) 및 돈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중추국으로 자부하는 미국. 이들이 민낯을 가리고 어느 정도 체면을 차릴지 주목된다.

필라델피아=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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