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본색' 드러낸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제로 전환할 듯

입력 2016-07-26 18:08 수정 2016-07-27 02:36

지면 지면정보

2016-07-27A9면

의원내각제서 대통령 권한 강화
"사형제 도입은 국민들 요구"
EU 반대에도 부활 가능성
쿠데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6만여명을 숙청하고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이 개헌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총리 중심의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꿔 명실상부한 국가수반 자리에 오르고, 사형제도를 다시 도입해 ‘철권통치’ 강화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비날리 이를드롬 터키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주요 정당이 헌법 일부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를드롬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미 케말 클르치다롤루 공화인민당 대표와 데블렛 바흐첼리 민족주의행동당 대표와 만나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터키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리가 국정책임자지만 실권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쥐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전 총리를 지난 5월 축출하고 이를드롬 교통부장관을 ‘얼굴마담’ 총리에 앉혔다. 이를드롬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시장을 지낼 때 버스회사 사장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이전부터 대통령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4년 헌법에서 사라진 사형제 부활 의사도 명확히 했다. 그는 독일 공영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제 도입은 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를 다시 도입하면 터키의 EU 가입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국가 전복 세력에게 왜 수년간 감옥에서 밥을 먹여줘야 하느냐”며 사형제 재도입을 주장했다.
개헌을 하려면 의회 전체 의석(550석)의 3분의 2(367석)를 찬성표로 확보하거나 5분의 3(330석)의 동의를 얻어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정의개발당은 317석만 갖고 있지만 제1야당이 쿠데타 반대 시위에 합류해 개헌 가능성이 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를 빌미로 군인과 법조인 등 1만3000여명을 체포해 이 가운데 4000여명을 기소했으며, 교사와 교육공무원 4만여명을 해고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사립학교와 노조 의료기관 등 2300여곳을 폐쇄하고 언론인 42명도 체포했다.

이날 이를드롬 총리는 쿠데타를 시도한 군부가 가장 먼저 장악한 보스포루스해협 교량 이름을 ‘7·15 순교자들의 다리’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정부를 지지해준 세력에 호의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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