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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김영란법 '깜깜이 심리'

입력 2016-07-26 17:33 수정 2016-07-27 01:07

지면 지면정보

2016-07-27A27면

법조 산책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할지 정치적 판단을 할지 주목됩니다.”

최근 법조계 인사를 만날 때마다 나온 단골 화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다. 대다수가 “헌재가 법리 판단이 아니라 정치 판단을 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법률가의 관점으로 보면 김영란법에 위헌 요소가 많지만, 정부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이고 더군다나 국민의 지지를 받는 법이기 때문에 헌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최근 최유정 홍만표 진경준 등으로 이어진 법조비리 사건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대상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포함해 전국에 약 400만명에 이른다. 한 변호사는 “금품을 주고받으면 쌍방이 처벌받기 때문에 400만여명의 공무원 및 그 가족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형벌과 과태료가 부과되는 전례가 없는 법률”이라며 “이제는 지인과 밥 한 끼 먹을 때도 배우자가 누군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란법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법률이란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기습적인 선고기일 발표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헌재는 지난 25일 오후 4시께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를 28일 하겠다”고 발표했다. 청구인인 대한변호사협회 측도 선고기일을 비슷한 시간에 통보받았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헌재는 “선고를 언제 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에 들어오는 사건이 워낙 많아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고기일을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논란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1년4개월이나 깊이 있게 심리를 벌인 사건이다. 선고를 언제 한다는 것 정도는 국민에게 미리 알려주기 힘들었을까.

헌재의 ‘깜깜이 심리’는 억측에 억측을 낳고 있다. 헌재가 법 시행 2개월 전에 선고하는 이유가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란 소문도 그럴듯하게 포장돼 나돌아다닌다. 앞서 헌재는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16개월 만에 각하 판정한 바 있다.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란 오명은 스스로 자초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인선 법조팀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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