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시(詩) - 이시영(1949~ )

입력 2016-07-24 17:31 수정 2016-07-25 03:03

지면 지면정보

2016-07-25A2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시집 긴 노래 짧은 시(창비) 中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시집 《긴 노래 짧은 시》(창비) 中

시의 언어는 화살촉이다. 백지라는 과녁을 뚫고 지나간다. 그러니 바람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바위나 짐승의 심장마저 뚫으니까. 그 뚫린 흔적을 우린 이미지라고 부른다. 그것을 읽고 우리는 몸을 마구 떨고 깊어진다. 불씨 같은 사랑의 첫 발성을 느낀다.

매일매일 언어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밤을 꼴딱 새우고 나오는 사람, 우리는 그 사람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시는 시인의 화살이다. 그런 화살을 많이 깎은 시인일수록 눈빛이 절벽이라는 것을 안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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